Go to contents

‘카톡 감옥’ 금지법

Posted June. 24, 2016 07:21,   

Updated June. 24, 2016 08:36

ENGLISH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란 사내(社內) 매뉴얼을 만들어 영업 조직에서 시행토록 했다. 밤 10시 이후 직원에게 업무 카톡을 보내거나 휴일에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반하는 상사는 보직을 해임한다. 삼성SDI도 퇴근 후와 주말에는 메신저 사용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대답이나 확인이 늦었다는 이유로 상사가 부하를 면박하면 징계를 받는다.

 ▷스마트폰 보급과 메신저 사용 확대로 ‘스마트워크 시대’가 열렸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많은 직장인이 상사의 카톡 지시를 확인하기 위해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을 끼고 살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오죽하면 ‘카톡 감옥’이란 말까지 회자되겠는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직장인 86.1%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일을 하고 이에 따른 초과 근로시간이 하루 평균 1.44시간, 주당 11.3시간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근 후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일까지 법으로 규제하려는 법 만능주의 발상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가령 한국과 밤낮이 바뀐 해외에서 시급을 다투는 연락이 왔는데도 담당직원이 퇴근했다고 답변을 미루는 조직이라면 차라리 문을 닫는 편이 낫다.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은 과잉입법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카톡 감옥’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퇴근 후 상사가 불요불급한 업무 지시를 자제하고 꼭 연락해야 할 때는 “지금 어디 있나” 식의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은 삼가고 핵심만 전할 필요가 있다. 정 급한 일이면 문자 메시지보다는 전화를 거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상사가 부하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기업도 이런 기풍을 조장해야 한다. 배려의 조직문화가 확산돼야 퇴근 후 업무를 둘러싼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