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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하는 중2 엄마들

Posted February. 01, 2016 07:29,   

Updated February. 01, 20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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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를 둔 220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어머니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물었다. 그 결과 중학생에 해당하는 11∼14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공허감, 낮은 인생 만족도, 자녀들의 어머니 거부, 자녀들의 부적응과 긍정적 행동 부족, 부정적 행동 과잉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가 한국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다.

 ▷“사춘기 아들딸 때문에 죽고 싶습니다. 아빠는 관심도 없고….” “(나를) 노려보고 침 뱉고 핸드폰만 보고 욕 쏟아내고 툭하면 주먹질이고… 매일 눈물로 지새웁니다.” “저 혼자 컸다고 생각하고 모든 게 금수저 안 물려준 부모 탓이랍니다.” “광어가 되려는지 눈은 옆으로 돌아가고 흰자위 비중만 늘어납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거나 청심환과 두통약을 달고 산다거나 ‘무자식 상팔자’라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힘이 되기는커녕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라고 핀잔만 주고 자녀교육을 아내 몫으로 떠넘기는 남편을 향한 원망이 빠지지 않는다. 딸보다 아들이 더 힘들다는 호소도 많다. “아들 둘 둔 엄마는 신이 버린 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딸은 반항은 해도 어느 정도 분별력은 있는데 아들의 행동은 미친 원숭이처럼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매질이라도 하면 아파트에서 확 뛰어내릴까 봐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마음을 다스리려 종교에 의지하고 뜨개질도 해보지만 아들 키우다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린다.

 ▷사춘기는 원래 질풍노도의 시기다. 성 호르몬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몸은 성숙해지는데 정신은 따라가지 못한다. 태양도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든든한 바위 같던 부모가 찌질하게 보인다. 이런 연구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행복감이 크지 않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학업이나 성적과 관련된 갈등까지 더해져 고통은 더욱 커진다. 북한 인민군이 중2 때문에 못 쳐들어온다는 말도 있다. 그런 중학생을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훈장이라도 줘야 할지 모르겠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허문명국제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