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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미야의 동경소고..할머니의 명예는 훼손됐을까

와카미야의 동경소고..할머니의 명예는 훼손됐을까

Posted December. 10, 20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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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러분께.



 과거 한국이 대일본제국에 병합되어 있을 무렵 일본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언론인이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입니다. 조선과 대만의 식민지, 그리고 만주국도 모두 포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전후에는 정치가로서 총리까지 됐지만 병으로 곧 퇴진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평화를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뜻을 이어 마련된 상이 지금 일본에 2개 있습니다. ‘이시바시 단잔 상’과 ‘이시바시 단잔 기념 와세다 저널리즘 대상’입니다. 사실 앞의 상을 올해 제가 받았습니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후자의 상입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교수가 선정돼 오늘 와세다대에서 시상식이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이미 마이니치신문에서도 ‘아시아태평양상’ 특별상을 받았으니 두 개의 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도 출판된 ‘제국의 위안부’는 한일 양국에 존재하는 위안부에 대한 극단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태가 있었던 점을 직시해 현실적인 해결을 서두르라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안부였던 할머니 9명으로부터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해 형사 사건으로 기소까지 돼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교수가 일본에서 수상하면 한국에서는 ‘역시 친일 책이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아무쪼록 오해는 마세요. 이시바시 단잔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책에게 그의 모교이기도 한 와세다대가 주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시아태평양상을 시상한 마이니치신문도 우경화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기소 1주일 후 일본에서는 5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54명이 항의 성명을 냈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인데 성명에는 한국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겸허한 역사 인식을 가진 작가와 학자, 언론인들이 참여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섰던 옛 정치인들의 이름도 있습니다. 이만큼의 사람이 순식간에 모인 것은 “그 책을 설마 범죄 취급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놀라움 때문이었습니다. 이웃 나라에 이런 간섭은 피하고 싶습니다만 한일 관계에도 깊이 관련돼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놓인 것은 곧이어 한국의 지식인들이 항의 성명을 낸 것입니다. 박 교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성명도 나왔습니다만, 거기에도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라고 씌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역시 민주주의 국가구나”라고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그 책은 미묘한 이야기를 예각적인 표현을 섞어 쓰고 있어 의도를 오해받기 쉬웠겠죠. 또한 감정적인 엇갈림도 있어 일부 할머니에게 고소당한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거기에는 저자의 부족함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그 책을 읽은 나는 그 책으로 할머니들이 모독당했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습니다. 거꾸로 할머니들의 무겁고 복잡한 마음의 상처가 내 가슴에 밀려왔습니다.



 박 교수가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라고 주장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업자에게 속거나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끌려가거나 한 예를 많이 들면서 한편으로 가난 때문에 몸을 팔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을 뿐입니다. 그 시절 그런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또 그랬다고 누가 모멸할 수 있겠습니까.



 위안부와 일본군이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는 기술도 오해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굴욕적이라 할지라도 그녀들도 일본인으로서 전선에 보내져 적군과 대치하며 날마다 병사들과 생사를 같이한 것입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는 좋든 싫든 관계없이 미묘한 동지적 관계도 생겨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실은 일본 병사로 싸우다 전사한 한국인 남성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이런 현실에야말로 병합된 측의 깊은 비애와, 병합해 무모한 전쟁에까지 말려들게 한 쪽의 큰 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여성 멸시 구조가 겹친 비극의 이중성이야말로 박 교수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