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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윤디 리의 매너 실종

Posted November. 03, 20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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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거장들은 무대에서 자신만의 습벽을 드러낼 때가 많다. 전설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콘서트 당일이라도 공연을 취소하는 일을 밥 먹듯 했다. 안하무인인 그의 태도에 관객은 실망했고 그의 말년은 불행했다. 가장 좋은 매너는 연주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말처럼 실력은 연주자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클래식은 매너의 예술이다.

연주자의 표정 손짓 걸음걸이 등 하나하나는 공연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김선욱을 비롯한 많은 연주자가 관객에게 인사하는 각도와 걸음걸이까지 별도의 무대교육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은 대단한 연주자다. 그는 내한공연 때마다 피아노가 부서질 듯한 열정적 연주를 선보이고 30번의 커튼콜과 10번의 앙코르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 매너로 한국에 키신빠를 몰고 다닌다.

지난달 30일 중국이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 윤디 리(리윈디)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드니 심포니와 협연을 하다 박자를 놓치고 연주를 다시 하는 대형 사고를 냈다. 윤디가 누구인가. 랑랑과 함께 중국이 낳은 예술가로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쥘 때 나이는 불과 18세였다. 빼어난 실력에 잘생긴 외모까지 클래식 스타로서 부족함이 없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조성진에게 후한 점수를 줘 조성진이 1등을 하는 데 기여했다.

거장도 긴장한 나머지 실수할 수 있을 것이다. 윤디가 실수했을 때 관객은 박수로 격려했다. 그러나 그의 다음 행동은 실망이다. 그는 박자를 놓친 것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잘못이라는 듯 왼손을 들어올리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예정된 사인회와 인터뷰를 취소한 채 호텔로 직행했다. 호텔에서는 핼러윈 의상을 입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놀라게 해줄 거야, 내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적잖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관객을 놀라게 할 의도였다면 그는 성공했다. 다음 날 관객은 정말 놀랐으니까.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