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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제는 당에 맡기고 청와대는 국정운영에 집중해야

공천제는 당에 맡기고 청와대는 국정운영에 집중해야

Posted October. 03,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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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공천 방식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5일 발족시키기로 했다. 여야대표가 잠정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당청()도 잠정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청와대는 그제 김무성 대표가 이제 안심번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사실상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듯이 앞으로 당내 논의과정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에 청와대라고 거명되는 대통령비서실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간의 공천주도권 경쟁이나 계파간 지분 다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에는 대통령 참모들이 일제히 나서 여당의 공천 룰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이 자기 사람 심기 위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통령의 귀국을 신호 삼아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여당 대표를 타박한 것은 수직적 당청관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오죽하면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만일 대통령에게 공천권 행사의 뜻이 전혀 없다면 참모들은 대통령을 계파 수장처럼 보이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이 김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회동 전에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도 전혀 상의도 없이 여야 합의를 이룬 것처럼 몰아붙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청와대는 통보받는 기관이 아니다면 청와대가 당의 의사결정과 여야 협상에 일일이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소린가. 전임 조윤선 수석은 공무원연금 협상안에 대한 소통 미흡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현 수석은 안심번호를 둘러싼 분란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이미 정치권에는 박 대통령이 대구 등 텃밭에 꽂아 넣을 16명의 희망둥이 직계 참모들 명단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사람들이 정말 총선 출마 의사가 있다면 즉시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이 총선에 마음이 가있는 참모들을 데리고 다니며 얼굴 알려주고 경력관리를 시켜주는 것은 국민세금으로 할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정과 연계한 국회법 개악 때만 해도 국민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유승민 사퇴를 묵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당청이 공천권에 골몰하는 데는 국민이 염증을 내고 있다. 다음주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혹여 625 국무회의 발언처럼 배신의 정치 심판 등을 들어 공천제에 관한 지침을 내리는 등 선거개입 논란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참모들이 제대로 보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