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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통신자료 거부로 간첩 못 잡는 일 생겨서야

이통사 통신자료 거부로 간첩 못 잡는 일 생겨서야

Posted March. 04, 2015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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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그동안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협조했던 통신자료 제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통신자료는 휴대전화 번호나 가입자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 식별 정보로 영장 없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이 요청하면 이통사가 전기통신법에 따라 임의로 제출했다. 2013년 휴대전화만 760만 건, 유선전화 인터넷 사이트까지 합치면 950만 건의 통신자료가 제공됐다. 이통사가 통신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수사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서 모 씨 등 3명이 이통 3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수사기관의 정보 열람 여부를 알려주고 위자료 20만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직후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을 일부 중단하고 가입자가 문의하면 개인정보의 제공 여부도 알려주고 있다. 이통 3사가 막대한 집단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수사기관은 수사를 진행할 때 신원 확인을 위한 기초 자료로 통신자료를 활용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피의자의 주변 조사를 한 뒤, 통화 기록과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이통사의 통신자료 제출 거부는 수사에 여러 가지 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본인 확인만 되면 무차별로 알려주는 것도 문제다. 간첩 혐의자에게 수사 받고 있으니 달아나라고 알려주면 되겠는가. 국회에는 통신자료를 법원의 영장에 의해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통신자료 제출에 대해 미국은 수사기관의 제출 명령만으로 가능하고, 독일 프랑스 일본도 영장 없이 가능하다.

한국은 유괴나 살인, 간첩 테러 같은 위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이 터져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전화 감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통신 자료까지 영장에 의해 제공받게 하면 중대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 정보 보호를 소홀히 할 순 없지만 국가 안보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가 무력화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중대 범죄에 한해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 제출을 받을 수 있게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