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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 때려죽인 계모 판결, 국민정서와 동떨어졌다

의붓딸 때려죽인 계모 판결, 국민정서와 동떨어졌다

Posted April. 12, 20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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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박 모씨(41)와 칠곡 계모 임 모씨(36)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박 씨에 대해서는 사형을, 임 씨에 대해서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법관이 양형기준에만 사로잡혀 두 계모의 극악한 죄질()을 선고형량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법원은 박 씨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만 적용했다. 임 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예 살인죄로 기소하지도 않았다.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제정돼 올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학대 등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아동학대 치사죄에 대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건은 이 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적용되지 않았다.

박 씨는 지난해 7세 의붓딸이 소풍날 2300원을 훔쳤다고 때린 뒤 소풍을 못가게 하고 엄마 미안해요. 소풍가고 싶어요라고 부탁하는 아이를 다시 때려 숨지게 했다. 임씨는 8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도 12살 난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들을 죽을 테면 죽어라는 식으로 아이를 때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은 자기를 방어할 능력도 없는 아동에 대해서는 살인의 고의를 넓게 인정한다. 우리 법원도 아동학대의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아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상해치사죄 구형량의 절반이 선고된 임 씨에 대해서도 살인죄 혐의를 추가해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이런 태도가 단지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두 계모를 반드시 살인죄로 처벌받게 하겠다는 각오로 보다 설득력 있게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범죄가 마찬가지지만 아동학대도 처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다. 2012년부터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이번 두 사건도 학교교사, 아동보호단체 종사자, 경찰중 하나만 책임감을 갖고 반응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학교 아동보호단체 경찰간의 정보공유도 중요하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의 가정내부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