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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부폐쇄의 속사정

Posted October. 03, 20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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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무원 80만100만 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국세청(IRS) 직원 9만4000여 명 중 90% 이상, 항공우주국(NASA) 직원도 97%가 논다고 한다. 옐로스톤 등 전국의 국립공원도 폐쇄됐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셧다운(폐쇄)된 것은 이번이 18번째.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새 회계연도 전에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정부 폐쇄의 근거는 오로지 법에 의해 이뤄진 예산배분 결과에 따라서만 국고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다고 한 미국 헌법 1장 9절이다. 급여를 줄 수 없으니 공무원은 쉬어야 하고, 그러니 정부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 때는 의회에서 낙태 비용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에서 보조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5차례나 정부가 폐쇄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도 하원의 다수당인 민주당 때문에 8번이나 정부 기능이 멈췄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1995년 12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21일 동안이나 정부 기능이 마비됐다. 셧다운 최장기록이다.

정부폐쇄가 잦다보니 필수 요원 외의 공무원에게도 일단 무급휴직을 보내놓고 나중에 슬그머니 급여를 지급하는 편법도 성행했다. 하지만 1981년 검찰총장이던 벤저민 시벨리티가 헌법 1장 9절을 들이대며 목소리를 높인 것을 계기로 편법도 사라졌다. 이 제도는 엄격한 예산집행이라는 정신 외에도 상하원의 상호견제, 입법부의 대통령 감시 등 권력분산 의지도 담겨 있다.

한국은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준()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헌법 제54조). 미국 같은 사태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준예산조차 편성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여야가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새해가 밝기 전 아슬아슬하게 예산안을 통과시킨 경우가 많았다. 예산안 처리만큼은 미국 의회가 한국 국회를 본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