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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로스포츠 떠도는 이 죽일 놈의 저주

Posted August. 03, 201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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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에는 저주(curse)가 수없이 많다. 가장 유명했던 게 밤비노의 저주였다. 밤비노는 미국프로야구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다.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 해리 프레이지 구단주가 15만 달러(약 1억6800만 원)의 헐값에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팔면서 저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양키스는 루스 영입 후 28차례 정상을 차지했고, 보스턴은 2004년까지 무려 86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는데 이는 밤비노 저주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유명한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저주가 있다. SI지의 커버로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것과 스타플레이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표지에 등장하고 나면 몸을 다치거나 부진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미국프로미식축구(NFL) 게임기와 관련된 매든 저주도 있다. 존 매든은 오클랜드 레이더스를 슈퍼볼에서 우승시킨 명장이며 NFL 해설자로도 유명했다. 그의 이름을 딴 게임기는 해마다 유명 스타들을 게임기 모델로 등장시키는데, 그 슈퍼스타들은 그해 성적에서 죽을 쑨다는 괴담이 있다.

SI 저주나 매든 저주는 개인플레이에 국한된다. 이런 점에서 시카고 컵스의 빌리 고트의 저주는 차원이 다르다. 컵스 직원들에게는 빌리 고트의 저주라는 단어가 금기시돼 있다. 1908년 이후 올해까지 장장 105년 동안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하고 있는 팀이 바로 컵스다.

컵스의 이웃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블랙삭스 스캔들 저주에 몸서리를 쳤지만 2005년 우승으로 해결됐다. 블랙삭스 스캔들은 1919년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에 휘말려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져주기 경기를 한 사건이다. 이후 화이트삭스도 우승을 거두지 못하다가 2005년에 한을 풀었다. 하지만 컵스의 빌리 고트의 저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빌리 고트의 저주는 1945년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때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이 염소를 데리고 구장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구장 직원이 이를 제지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시아니스는 염소의 자리까지 입장권을 구입했다. 그럼에도 결국 리글리필드 입장을 제지당한 시아니스는 컵스는 앞으로 절대로 못 이겨라는 저주를 퍼붓고 돌아섰다. 그의 말처럼 컵스는 번번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3차례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나섰지만 참담함만 맛봤다. 1984년에는 2승 후 내리 3연패를 당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003년에는 3승 2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려는 순간 좌익수가 잡을 수 있는 파울볼을 스티브 바트먼이라는 팬이 낚아채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돌변했고 결국 3승 4패로 무너지면서 또 한 번 빌리 고트의 저주에 시달렸다.

컵스는 빌리 고트의 한을 풀기 위해 지난해 보스턴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푼 단장 시어 엡스타인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성적은 제자리걸음이다. 컵스 팬들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볼 수 있을까라며 한탄한다. 저주에 시달리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로열팬을 확보하고 있는 팀이 컵스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3일(한국 시간) 저주에 시달리는 컵스의 리글리필드 데뷔전을 치른다. 한편 다저스는 2일 컵스와의 첫 경기를 5-4로 이겨 방문 11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