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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명보' 사인만 남았는데겨우 1년만?

'감독 홍명보' 사인만 남았는데겨우 1년만?

Posted June. 20, 201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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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홍명보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44)은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67) 밑에서 연수를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 즈음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도 비밀리에 미국으로 날아갔다.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놓고 홍 감독과 협상하기 위한 출국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는 귀국 후 개인적인 일로 다녀온 것이라며 협상설을 강력 부인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이끌 차기 사령탑에 홍 감독이 사실상 내정된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19일 기술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감독 후보로 4명을 추천했다. 회장단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 뒤 다음 주 초쯤 후보자를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협회 안팎에서는 홍명보 감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다면 또다시 선수들을 살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축구를 장기적으로 보면 검증된 국내 사령탑에게 믿고 맡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인이라면 결국 성적에 급급해 단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최근 한국축구가 흔들린 것은 사령탑이 자주 바뀌다보니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시작돼 새 사령탑이 절실한 상태이기도 하다.

결국 국내 선수들을 가장 잘 알고 있고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8강)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동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동메달)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홍 감독이 0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허 부회장도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된 홍 감독에 대해 본보 4월 13일자에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이끌 모든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홍 감독이 히딩크 감독(2002년 한일 월드컵)과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2006년 독일 월드컵), 핌 베어벡 감독(2007년 아시안컵) 밑에서 선수와 코치로 많은 것을 배워 사상 첫 올림픽 메달획득인 런던 신화를 이뤄냈다는 게 허 부회장의 분석이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표팀의 주축이 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속칭 홍명보의 아이들을 홍 감독이 가장 잘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볼턴) 등 차세대 선수들도 홍 감독의 카리스마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홍 감독이 과연 1년짜리 사령탑으로 끝날 수 있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이느냐다. 브라질 성적이 나쁘면 더이상 사령탑에 있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들도 홍명보란 유망주를 1년만 쓰기엔 아깝다는 데 뜻을 모으고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월드컵의 단기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검증된 국내 지도자들을 중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허 부회장은 이날 홍 감독과 논의했냐는 질문에 교감은 있었다고 밝혀 계약 기간 등 세부적인 조율만 해결되면 조만간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