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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000만원 직장인 난 밑바닥 중산층 실제론 중상층

연봉 7000만원 직장인 난 밑바닥 중산층 실제론 중상층

Posted March. 18, 20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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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는 그냥 포기했어요. 현재를 포기할 순 없잖아요.

대기업 과장인 권모 씨(36)는 초등학생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가장이다. 세금과 연금을 내고 매달 실제 손에 쥐는 월급은 450만 원. 성과급까지 합치면 연봉은 7000만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생활수준에 대해 겨우 중간 갈까 말까라고 말한다.

강남 아이들이 다닌다는 영어유치원은 엄두도 못 냈다. 저축도 못한다.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갈 미래를 생각하면 더 암담하다. 권 씨는 교육비만 월 140만 원인데다 식비, 통신비, 외식비를 지출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게 없다며 그렇다고 아이들과 여행도 못가고 줄이고만 살 수는 없어 그냥 노후는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산다고 말했다.

권 씨는 실제로 어떤 소득계층에 속할까? 통계청에서 소득 순으로 20%씩 구간을 나눈 2012년 소득 5분위별 자료에 따르면 권 씨는 위에서 두 번째 구간인 4분위로 중산층 중에서도 위쪽에 해당한다. 4분위 구간의 월 가구소득은 409만546만 원이었다.

월소득 530만 원은 돼야 중간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과 상류층의 소득 기준이 높아졌다. 특히 중산층을 중상, 중중, 중하로 나눴을 때 자신을 중하층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최근 10년간 크게 늘었다.

한국리서치의 20022012년 소비자 의식 및 라이프스타일 데이터에 따르면 2002년만 해도 나는 중하층이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32만 원이었다. 중중층은 298만 원, 중상층은 380만 원, 상류층은 453만 원이었다.

2012년 조사에선 중하층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418만 원, 중중층은 530만 원, 중상층은 669만 원, 상류층은 834만 원이었다. 모두 약 1.8배로 올라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중산층의 3분의 1은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고소득층의 80%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고 있었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의 양극화가 커지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류층에 대한 기준을 높이기도 한다. 직장인 김지원 씨(32)는 지금 당장 직장에서 잘려도 먹고 살 걱정이 없어야 상류층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언제 끊길지도 모르는 현재의 소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30대 절반 넘게 중하층 이하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30대의 인식이다. 30대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대였던 10년 전에는 67.9%가 자신을 중중층 이상이라고 여겼다. 10년 후에는 거꾸로 절반 이상(51.1%)이 중하층 이하라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20대에는 매년 해외여행을 계획했고,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게 낙이었지만 지금은 테이크아웃 커피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는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기업에 취업하면 중상층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혼과 함께 아파트 전세를 구하러 다니면서 생각이 변했다.

아파트 전세 대출금 5000만 원을 갚기 위해 2년 동안 열심히 모았지만 전세금이 딱 모은 만큼 올랐어요. 빚이 전혀 줄지 않았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데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문가들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난 30대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독신 때의 소비수준을 유지하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경제적 신분 하락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19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현재의 30대는 유명 브랜드 상품 등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X세대로 분류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릴 때에는 부모들이 자식에게 우선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빈곤층이나 중상층이나 외관상 큰 차이가 없지만 20, 30대가 돼 친구나 동료들과 차이를 목격하면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의 시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일수록 박탈감은 점점 더 커져 향후 국가적인 주관적 복지감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불황과 취업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로 이웃나라 일본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에 추가로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득 높은 울산-서울 박탈감 심해

지역별로는 울산과 서울에서 자신이 중하층이라는 응답이 10년 동안 눈에 띄게 늘었다. 울산과 서울은 전국 평균 가구 소득 1, 2위를 차지하는 도시다. 평균 소득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인 박탈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울산 거주 응답자의 56.1%가 자신이 중중층이라고 답했지만 2012년에는 55.1%가 자신은 중하층이라고 답했다. 중하층이라는 응답은 10년 새 20.6%포인트 늘었다. 서울에서는 중중층 응답자 비율이 20.4%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하층은 13.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광주와 부산에서는 10년 사이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부장은 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인터넷이나 주변 상황을 통해서 상대방과 나를 적나라하게 비교할 때 더 커진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