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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베노믹스

Posted December. 19, 20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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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 완화에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환율 전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해 26일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를 쌩쌩 돌려 돈을 찍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1% 인플레를 고수하는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하라고 압박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무제한 금융 완화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다. 아베 정권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면 인플레에 찬성하는 인사로 교체할 예정이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가 내세웠던 일본을 되찾자는 구호도 군사나 영토 문제보다는 경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자민당이 압승했지만 반대정파의 난립 탓이 크며 정당지지율은 2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은 군사적 목표에 집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돈을 풀면 엔화 환율이 뛴다. 엔저()다. 현재 달러 당 83엔 대인 엔-달러 환율이 내년 말쯤 90엔대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양적 완화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미국과 충돌한다.

미일 양국이 정말 환율전쟁으로 간다면 큰일이다. 환율전쟁은 세계 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고 상대방 수출 몫을 빼앗아오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때문에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교역을 위축시킨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선후발 선진국 간 무역전쟁이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환율전쟁의 폐해는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미일 양국이 쉽게 그 함정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수출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인위적인 환율 인하를 할 수는 없다. 고환율이 수출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부양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기업은 너무 오랫동안 고환율 정책에 길들여져 왔다. 100엔 당 원화 환율만 봐도 1980년대 초에는 300원대, 1990년대 초에는 500원대, 2000년대 초에는 1000원 대였지만 2010년대 들어 120015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수출기업도 자생적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환율에만 기대면 미래가 어둡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