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9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가 구속된 직후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자 검찰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검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내부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검사나 검찰수사관들이 쓴 검찰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거액의 뇌물을 받는 검사가 아직도 검찰 조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검찰 구성원 개개인의 반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검찰이 설 땅은 없다는 점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로 검찰이 많은 것을 잃었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역대 최고액의 뇌물을 받은 검사가 등장한 것도 뼈아프지만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무리하게 가로채기하면서 오만한 검찰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초점이 단순한 개인 비리에서 조직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 데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향후 정치권의 개혁 칼날이 어떤 식으로 검찰 조직을 향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상황이다. 감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반성의 분위기도 강하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한상대 총장은 사과문에서 강력한 감찰체제 구축과 전향적 검찰개혁 방안 도입을 다짐했다. 한 총장은 매주 열리는 고검장지검장 회의와 대검 고위간부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자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에 대해 투트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추가로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까지 모두 훑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특임검사의 수사 결과가 검찰에 대한 국민 여론과 정치권의 개혁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검찰은 20일에도 구속된 김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김 검사는 조희팔 측근이나 유진그룹 외에도 부산, 경남 양산, 경기 남양주, 경기 의정부 등지에 근무하며 해당 지역의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 2, 3개를 추가 확보한 뒤 연결계좌 등을 압수수색하며 입출금 명세를 확인 중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2명의 검사를 특임검사팀에 추가 투입했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김 검사 비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수사 인력을 늘렸다며 검찰의 자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공평무사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