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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입양아 펠르랭 장관

Posted May. 19, 201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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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부끄럽게도 고아 수출국 1위다. 연도별 통계로는 몇해 전부터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에 선두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인구비율로 보면 여전히 세계 1위다. 625 전쟁 이후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으로 약 20만명 이상의 고아가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대는 입양아의 대부분이 전쟁고아였으나 이후 주로 미혼모의 자녀가 입양됐다.

한국 아이들의 해외 입양 누적 통계를 보면 미국으로의 입양이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유럽이다. 유럽 개별 국가로는 프랑스가 가장 많다. 해외 한인 입양아중 프랑스에서 최초의 장관급 각료가 나왔다.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장관이다. 한국명 김종숙. 생후 6개월만에 프랑스로 보내졌다. 국립행정학교(ENA)을 나와 최상위 졸업생이 들어가는 감사원에서 일했다. 그는 버려진 아이라는 열패감을 중요한 일은 우연히 일어난다는 깨달음으로 극복했다. 스티브 잡스의 부모의 말처럼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선택받은 아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유럽은 아시아계에 미국보다 훨씬 배타적인 곳이다. 그러다보니 미국과 달리 한인 교포 2,3세보다는 자기나라와는 관계를 끊고 산 입양아가 그들 사회에 진입하기가 용이하다. 2009년 독일에서 베트남 입양아 출신의 필립 뢰슬러가 보건장관으로 입각해 화제가 됐다. 그는 독일 최초의 비()유럽계 각료였다. 프랑스에서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후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이 북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입각했다. 아시아계는 이번에 한국계 장관이 처음이다.

성공한 입양인의 그늘에는 실패한 훨씬 더 많은 입양인들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수전 브링크의 아리랑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 수전은 남동생으로부터 이 중국 애와는 같이 살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페를랭 장관은 나는 째진 눈을 갖고 있지만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당찬 여성이다. 프랑스 언론은 가시가 있는 장미라고 표현했다. 그의 성공은 이를 악물고 산 결과다. 유럽의 한인 입양아중에는 부적응으로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목숨까지 끊는 일도 있다. 페를랭 장관처럼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그 낯선 땅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아주는 것만도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