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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

Posted November. 17, 20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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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보다 최대 2조 원이 넘는 입찰가격을 제시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누르고 현대건설 인수전의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현대그룹이 실사를 거쳐 내년 2월 초 본계약을 하고 최종 인수에 성공하면 현대건설은 2001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지 10년 만에 옛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입찰가격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것을 놓고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것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는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그룹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써낸 입찰가격은 5조5100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의 5조1000억 원보다 4100억 원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채권단이 매각할 지분 34.88%(3887만9000주)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시장의 예상치인 3조5000억4조 원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가격 외에 자금조달 계획 및 재무능력 등 비()가격 항목도 꼼꼼히 점검했다며 양측 평가점수 차이가 100점 만점에 1점 미만일 정도로 근소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5조5100억 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내년 3월 말까지 현금으로 한꺼번에 납부하겠다는 계획도 제출했다. 채권단이 현대건설 주식을 평균 2만 원 안팎에서 취득한 것을 감안하면 지분 매각으로 거둘 차익은 4조7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분을 7% 넘게 가진 외환은행(8.72%) 한국정책금융공사(7.84%) 우리은행(7.46%) 등 3곳은 1조 원대의 매각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민영화된 공기업을 포함한 재계 서열(국내 총자산 기준)이 21위에서 두산, 한화그룹에 이어 14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인수대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주가는 16일 가격 제한폭(14.95%)까지 폭락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다른 현대 계열사도 하한가에 근접했고, 인수 대상인 현대건설(14.91%)과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동양종금증권(7.56%)도 급락했다. 반면 인수 관련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현대자동차그룹 관련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차지완 정임수 cha@donga.com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