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금감원 나가신다, 자리를 만들어라

[사설] 금감원 나가신다, 자리를 만들어라

Posted October. 13, 2010 11:23,   

ENGLISH

2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그런데 7월 제주은행에 종합감사를 나간 금융감독원 직원 14명 중 7명이 피감기관인 제주은행의 감사와 부행장으로부터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검사반장 등 3명은 2차로 양주 접대를 받았다. 제주은행과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의 원우종 상근감사가 주선한 자리였다. 원 씨는 금감원 출신이다. 금감원 퇴직간부가 금융계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행태를 보여준 작은 사례다. 검사기간에 피검기관 임직원과 술자리를 가진 금감원 검사반장은 견책, 2차에 따라간 2명은 주의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의 감사 자리에 앉은 금감원 출신은 금감원의 동향과 의중을 미리 탐지해 어려운 일을 피해가거나 쉽게 풀도록 한다. 이런 금융계 관행은 금융 선진화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금감원 현직 간부들은 금감원 출신이 내려가 있는 금융회사와는 이야기가 금세 통하니까 양쪽 다 일 하기가 쉽다고 말할 정도다. 금감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적극 조사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행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5년간 금감원 2급 이상 고위직 출신 88명 중 재취업 업체를 밝히지 않은 4명을 제외한 84명 전원이 금융기관에 재취업했다. 그중 감사가 82명이다. 지난 1년간 퇴직한 간부 38명의 재취업에는 평균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갈 자리를 봐두고 나갔기 때문이다. 주식상장이라는 대사()를 앞둔 생명보험업계는 금감원 출신을 줄줄이 모셔갔다. 금감원 직원 중에는 자신이 재취업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는 무디게 하고, 그 대신 재취업 가능성이 적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과잉감사를 한다는 말도 금융계 일각에서 나돈다.

금융기관들이 감독원 퇴직간부를 입도선매 식으로 모셔가는 것은 금감원이 퇴직자의 재취업 지원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공직자윤리법의 재취업금지 규정을 피해가도록 경력세탁을 도와준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전문가 활용의 이점을 거론하며 퇴직자 재취업을 옹호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외교부가 장관 딸 활용의 이점을 거론해도 됨직하다. 김 원장은 전문성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 금감원 문화에는 상사가 부하의 눈치를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먼저 퇴직하는 상사가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