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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헌절이 부끄럽다

Posted July. 17, 20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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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이념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회의 균등, 군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등은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던 대한민국은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급속한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 보호, 형사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 기본적 인권이 크게 신장됐다. 그럼에도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행하는 반()헌법적 현실이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제62주년 제헌절을 맞으며 부끄러운 일이다.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의혹 사건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 보여주었듯이 인권의 사각지대가 남아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7조)을 짓밟는 집단행동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연대 같은 일부 정당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돼선 안된다는 헌법 제8조를 수시로 위반하며 헌법정신을 흔들고 있다.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인 북한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인권실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남한 내 인권문제만을 과도하게 제기하는 좌파 단체의 친북() 내지 종북() 행태도 헌법정신을 이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와 교육 분야에서도 헌법의 기회의 균등 정신을 기계적 평등으로 왜곡하는 현상들이 적지 않다. 학교현장에서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이나 영재교육, 특수목적고 등이 마치 평등이념에 배치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그런 사례들이다. 잘못된 평등의식이 국가백년대계와 교육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 역시 절대 불가침()의 권리인양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도외시한 것으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설정한 집시법 개정시한(올해 6월30일)을 넘겨 우리 사회를 야간집회 천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헌법정신의 실종은 헌법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뿌리요, 뼈대임을 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법을 집행하는 대통령과 정부부터 헌법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고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민주적 절차를 철저히 지킴으로써 불법 폭력국회의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일부 판사들의 주관적 소신이나 이념에 기울지 않고 헌법 정신에 충실한 판결을 통해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 나라의 근간인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우리 사회의 반()헌법적 행태를 감시하고 저지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