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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추락에 중앙은금 확보전 불붙다

Posted May. 12, 20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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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데이비드 서텔 애널리스트는 유로화 채권이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무너지면서 금이 안전자산으로서 수혜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세기에 금 본위제가 정착되면서 금이 준비통화로 쓰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가 구축되면서 미국의 달러화가 준비통화로 등극했다. 하지만 전후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달러화의 지위는 최근 들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전 세계 준비통화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70.9%에 이르렀으나 2008년 64.1%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달러 비중 축소가 더욱 빨라져 지난해 61.5%까지 떨어졌다.

반면 유로화는 1999년 출범 당시 17.9%에서 2009년 28.1%로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다. 유로화가 출범 후 10년 만에 달러를 대체할 제2의 준비통화로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불거지고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으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번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 유로화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위안화다. 한국은행은 11일 유로화의 미래 보고서에서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이 훼손됐다며 달러화를 대체할 1순위 후보였던 유로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이를 계기로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위안화는 현재 전 세계 외환시장 거래액의 0.2%에 불과한 데다 금융시장 발전 등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축통화로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RBS은행이 세계 43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이 빨라도 2026년은 돼야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의 위세가 약해지고 대안이었던 유로화는 위기에 빠졌으며 위안화는 준비가 덜 된 가운데 결국 최후의 안전자산인 금의 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외환보유국이 달러를 대체할 수단을 찾고 있는데 금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4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789억 달러로 세계 6위지만 이 가운데 금의 비중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0.2%에 불과하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금 매입은 하지 않았다며 이미 금 값이 너무 올라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 투자에 부정적이던 전임 이성태 총재가 물러나고 새 총재가 온 만큼 한은도 조만간 금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취임 후 금 투자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국제상품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한은 측은 전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