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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까진 아무도 그를 믿지않았다

Posted February. 17, 20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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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모태범(21한국체대)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냈다. 모태범은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69초82를 기록해 나가시마 게이이치로(일본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우승은 한국이 처음 참가했던 1948년 생모리츠 대회 이후 52년 만에 나온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를 포함하면 74년 만에 나온 첫 금메달이다.

부담 없이 연습 삼아 나간 500m

모태범의 주 종목은 월드컵 시즌 랭킹 2위인 1000m이다. 1500m는 12위이고, 500m는 14위에 불과하다. 국제대회에서 몇 차례 500m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김관규 감독은 500m는 1000m에 나가기 전 연습 차원에서 나간 것이다. 금메달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1차 시기에서 34초9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핀란드의 미카 포우탈라(34초86)에 이어 2위. 모태범은 1차 시기 성적이 좋아 나도 어리둥절했다. 자신감이 생겨 2차 시기에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얼음판을 고르는 정빙기가 고장 나 1시간 반이나 늦게 2차 시기가 시작되는 악조건 속에 모태범은 19조에서 개최국 캐나다의 간판이자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제러미 워더스푼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1차 시기에 성적이 좋으면 2차 시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김 감독의 예상을 깨고 모태범은 34초90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합계 69초82를 기록한 뒤 마지막 20조의 경기를 지켜봤다.

챔피언 조의 포우탈라와 가토 조지(일본)는 각각 합계 70초04와 70초01에 머물러 모태범의 메달 색깔은 금메달로 바뀌었다.

기자회견서 신상 정보 묻기도

이날 모태범의 금메달은 말 그대로 깜짝이며 이변이었다. 모태범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해외 기자들은 물론 국내 기자들도 수군거렸다. 모태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메달 후보로 꼽힌 한국 선수는 500m 랭킹 1, 2위인 이강석(의정부시청)과 이규혁(서울시청)이었다.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빙상종목 미디어데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선수에게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모태범은 하나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모태범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부담 없이 뛰었다고 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