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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대우-삼성증권 친구따라 홍콩 간다

라이벌 대우-삼성증권 친구따라 홍콩 간다

Posted January. 14, 20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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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들의 즉석 합의는 증권업계의 라이벌인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두 회사가 해외의 대형 사업에 대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수익분배 창구 역할을 하는 부서를 가동하면서 구체화됐다. 대우증권은 최근 신설한 신디케이트 부서가, 삼성증권은 글로벌마켓팀이 이 역할을 맡는다. 두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부가가치가 큰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두 증권사는 홍콩을 첫 해외 동반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홍콩에서 해외 유수 증권사들과 승부를 겨루기로 한 것은 이곳이 최근 미국 뉴욕을 누르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IPO 기업 수는 뉴욕거래소가 35건, 홍콩거래소가 66건이다.

최근 대우증권은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베트남 등의 해외법인이 홍콩 현지법인에 실적을 보고하도록 체계를 바꿀 정도로 홍콩사업을 강화해왔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홍콩법인에 현지 인력 55명을 대대적으로 채용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증권사 2곳의 계산이 절묘하게 일치한 것이다.

그동안 좁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놓고 다투기만 하던 증권업계에서 해외로 동반 진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점유율이나 순이익 규모,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각기 1위라며 자존심 싸움을 벌여오던 두 증권사가 손을 맞잡은 데는 두 사장의 특수 관계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사장과 박 사장은 인천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뒤 제물포고 시절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앞뒤 자리에 앉아 공부하며 전교 1, 2등을 다퉜다고 한다. 대학 전공이 경제학과와 법학과로 나뉘면서 잠시 교류가 뜸했던 두 사람은 박 사장이 삼성생명에서, 임 사장이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금융인으로 재회했다.

특히 박 사장은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경영담당 이사로 있을 때 당시 한누리살로몬증권 공동 대표이사이던 임 사장에게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권했고, 임 사장은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1998년 삼성증권 상무로 합류했다. 이후 7년간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은 임 사장이 2004년 도이치증권 한국 부회장으로 옮기면서 각자의 길을 갔다. 그러다가 박 사장이 2008년 삼성증권, 임 사장이 지난해 대우증권의 사령탑이 되면서 두 사람은 죽마고우에서 경쟁자가 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대표이사 취임일도 6월 9일로 같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의 시가총액은 최대 4조 원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의 3% 정도밖에 안 된다며 해외에서 큰 규모의 딜을 따내기 위한 증권사 협력에는 어린 시절 친구라는 인연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대우증권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제일 잘하는 회사와 언제든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면서도 임 사장은 친구라서가 아니라 국내 증권업계의 손꼽히는 실력자라고 치켜세웠다.



하임숙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