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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탈북자 억류 악몽

Posted January. 07, 20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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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강제송환되기 전 중국 변방 수용소에서 범죄자처럼 사진이 찍힌 탈북 여성 2명의 사진이 6일자 본보 1면에 소개됐다. 곧 닥쳐올 비운을 예감한 탓인지 공포에 질려있는 그들의 눈을 보자마자 기자의 머리에는 끔찍했던 과거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수만 명의 탈북자들이 거쳐 갔을 저 사진 속 배경 앞에 기자 역시 섰었다. 바로 그들처럼 말이다.

탈북자들이 북한 보위부에서 짐승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르는 사실이 있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체포된 뒤부터 이미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지금도 생생하다. 탈북한 뒤 중국에서 체포되어 후송되는 열차 안에서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고 10대의 탈북자에게 전기곤봉을 들이대고 사지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리던 중국 무장경찰들의 얼굴이 생생하다. 기자 역시 중국 수용소에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마구 맞았다. 심지어 수감시설 조사관이나 간수들이 북송의 공포에 떠는 여성들을 회유와 협박으로 성폭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가장 많은 탈북자들이 북송 전 경유하는 투먼()변방수용소에서 2000년에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폭동이 일어났겠는가. 중국 공안은 당시 총을 쏘아 진압했다고 한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의사 출신 탈북자가 배에 총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나가자 북한 보위부원들조차 중국 공안의 행위에 격분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기자가 북송됐을 때 친분이 있던 보위부원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다.

중국 수용소에서 기자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구타가 아니라 보름 넘게 당한 공안의 조사였다. 북한에 가서는 보위부원들에게 중국 내 행적에 대해 거짓말이 가능하다. 그들이 직접 중국에 들어와 일일이 다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조사는 탈북자들의 중국 내 행적에 대해 바로바로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숨기기 어렵다. 조사가 끝난 뒤 진술서에 손도장을 받아 가는데 만약 그런 진술서가 북한에 넘어가면 탈북자들은 더욱 중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진술서를 북한에 넘기는 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북한 보위부에서는 탈북자들을 신문할 때 중국에서 관련 내용이 다 넘어왔기 때문에 거짓말해도 소용없다고 협박한다.

이번 탈북 여성 사진공개를 계기로 북송 전 탈북자들의 인권도 국제적 문제로 조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탈북자 문제를 국내법,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위선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기자는 중국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언제면 저들이 진정한 대국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