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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앞바다 수중르포

Posted December. 14, 2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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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앞바다의 무인도 섶섬 인근 18m 수중. 말미잘 사이로 검은색 바탕에 흰줄 두 개가 그어진 앙증맞은 흰동가리돔이 모습을 나타냈다. 꼬리가 옅은 노란색을 띠어 수컷으로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멀리 달아나지 않고 말미잘 군락을 배회했다. 호주 동북부 산호초 지대 등에 서식하는 아열대 어종이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년)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돔은 수중사진작가의 주요 모델로 5, 6년 전부터 제주 부근 바다에서 간혹 관찰됐다. 해류를 따라 흘러들어온 뒤 겨울철에도 떠나지 않고 제주 부근 바다에 정착했다. 섶섬 인근 문섬, 범섬에도 다 자란 수컷이 한 마리씩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해까지 관찰된 암놈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바깥 온도는 14도이지만 수온은 19도 정도여서 오히려 바닷속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흰동가리돔 서식지와 20여 m 떨어진 곳에서는 몸을 온통 노란색으로 치장한 새끼 노랑돔이 보였다. 옆에는 선명한 파란색의 파랑돔 4마리가 유영했다. 줄도화돔 무리 사이로 청줄돔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 어종은 지난 10여 년 사이 제주 바다에 정착한 무리. 동행한 다이버는 사흘 전 이곳에서 길이 30cm가량의 푸른바다거북을 목격했다. 이 부근에서 월동할 확률이 높다. 바닥에는 큰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등의 연산호가 나풀거렸다. 바다의 소나무로 불리는 해송산호를 비롯해 총산호, 돌산호 등도 쉽게 눈에 띄었다. 올해 초부터 바다를 점령한 분홍멍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다닥다닥 붙었다.

제주 바다는 아열대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두 마리 정도 보이던 쏠베감펭, 청소놀래기, 살자리돔, 연무자리돔, 나가사키자리돔, 주걱치, 샛별돔 등 아열대 어종이 제주 바다에서 산란, 번식을 하며 터를 잡았다. 대부분 구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를 따라 북상한 뒤 수온 상승 등으로 제주를 떠나지 않은 것.

김병일 태평양다이빙스쿨 대표는 10년 전 서귀포 문섬 주변 최저 수온이 13도였지만 지금은 14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연산호 종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는 대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열대어종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 부근 바다에서 아열대성 어류인 초대형 가오리를 비롯해 귀상어, 깃털제비활치, 민전갱이, 보라문어 등이 어민들에게 잡힌 적도 있다.

수중생태 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명정구 한국해양원 해양생물자원연구부장은 최근 제주 부근 바다에서 10여 종의 미기록종을 확인했지만 아직 학계에 보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에 민감한 샛별돔, 노랑자리돔, 살자리돔 등을 환경지표종으로 선정한 뒤 제주를 비롯해 거문도, 독도 등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으로 수온 상승과 수중 생태계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사를 해야 수중 변화 대응과 새로운 어족자원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재영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