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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뛰자 금반지 사라진다?

Posted November. 10, 20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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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금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이 최고의 투자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금괴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금반지 금팔찌 금목걸이가 금세공업체로 모이고 있다. 새로운 금광 개발도 한창이다. 바야흐로 신()황금시대다.

전 세계 금괴 제작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스위스 변방 도시 멘드리시오는 최근 전대미문의 호황을 맞고 있다. 연간 400t 규모의 금을 세공하는 이곳의 메이저업체 아르고 헤라에우스의 에르하르트 오벨리 CEO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중동 아시아 유럽 북미 등지의 보석상과 전당포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목걸이와 팔찌 등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 2분기 금 투자 수요는 51%나 급증한 반면 팔찌 목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를 위한 금 소비는 20%나 줄었다. 금 장신구가 빠르게 금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수키 쿠포 금속 애널리스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헤지펀드, 각국 중앙은행이 주도해 온 전 세계의 금 광풍(frenzy)에 개인투자자와 일반인까지 뛰어들면서 금 투자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의 유명 백화점 해러즈는 스위스 금세공업체 PAMP와 손잡고 지난달 금괴 판매 코너를 개설하고 1g짜리 금화에서 12.5kg짜리 벽돌 크기 금괴까지 다양한 종류의 금을 진열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 백화점의 크리스 홀 금괴담당자는 반응이 폭발적이다라며 금괴가 금화보다 훨씬 인기가 좋고 특히 100g짜리 골드바가 가장 인기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심야시간대 TV광고에 금괴나 금화 판매 광고가 등장했다.

최근의 금값 급등은 금광 개발 열기에도 불을 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일 호주의 기업이 투자한 탄광업체 스콧골드가 스코틀랜드 산간지역에서 수백만 파운드 규모의 금광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코노니시 지역은 20년 전 채굴이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으나 최근 금광이 발견되고 금값이 치솟으면서 지역사회에 활기가 돌고 있다. 크리스 생스터 스콧골드 CEO는 코노니시에서 2011년 이후 매년 200kg의 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주민들은 관광업 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어 침체됐던 지역경제가 금 채굴로 새로운 황금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이 금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 시간) 런던상품거래소에서 현물 금값은 온스당 1104.80달러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12월물 가격도 사상 최고치인 1105.4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미국의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금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인도의 대규모 금 매입 발표에 이어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기 위해 7개월간 금을 사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겠다고 밝힌 것도 금시장을 자극했다.

하지만 금값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상품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금값이 온스당 최고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값을 2000달러까지 끌어올릴 만한 어떤 경제적 요인도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