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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억지 회복의 종말?

Posted November. 03,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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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려면 민간부문의 회복이 필수적이지만 그 속도가 기대했던 것만큼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이 같은 불안 심리의 여파로 2.5% 급락했고 2일 코스피도 5거래일 연속 추락하면서 1,559.09로 마감했다.

올 초 각국은 전에 없는 고강도 부양책으로 세계 경제를 붕괴 직전 상태에서 구해 내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부양책들이 점차 끝나가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진짜 체력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 미국 등 각국의 성장률이 깜짝 회복한 것도 사실은 정부 부양책에 크게 의지한 표피적 회복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부양책 끝나자 경제지표 줄줄이 악화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9월 개인소비지출은 전달보다 0.5% 줄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소비지표가 갑자기 악화된 것은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새 차를 구입할 때 약 500만 원의 현금을 보상하는 중고차 현금보상(Cash for clunkers) 제도가 8월 말로 종료된 영향이 컸다. 미국 내 9월 신규 주택의 판매도 전달 대비 3.6% 줄었으며 이 역시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주택구입 세액공제가 곧 끝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5%를 두고도 마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34%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결국 부양책이 없었다면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냈을 것이란 뜻이다. 이처럼 정부에 의한 경기부양 효과가 하나 둘씩 수그러들면서 미국에선 2차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의회를 중심으로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미 7800억 달러(약 920조 원)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편성한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피해를 덜 본 아시아 국가들도 점차 인위적 부양에 따른 부메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올해 4조 위안(약 680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집행 중인 중국 정부는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나 홀로 회복 어려워

표피 성장은 3분기 2.9%라는 깜짝 성장률을 발표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민간부문의 고용 사정은 아직도 추운 겨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7만 명이 늘었지만 이는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에 따라 희망근로와 행정인턴 등 공공부문에서만 32만6000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제조업(11만8000명), 도소매음식숙박업(15만8000명) 등 민간부문은 여전히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 같은 달 11% 증가한 광공업 생산도 신차 효과와 정부의 세제 지원 덕을 톡톡히 본 결과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부양책이 시들해지면서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의 9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중고차 현금보상 제도가 끝나면서 전달보다 47%나 급감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상무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는 동안 자생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민간 경제가 되살아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부담 때문에 부양책을 계속 쓰기도 어려운 만큼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내핍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신수정 jarrett@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