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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빈자마케팅

Posted October. 23, 20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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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의 창업자 중에는 새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 많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고객과 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세운 아마데오 잔니니는 은행 문턱을 낮추고 서민을 새 고객으로 끌어들여 성공했고, 메리케이화장품 창업자인 메리케이는 일하는 여성도 할리우드 배우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질 수 있다고 설파해 새 수요를 개척했다. 새 시장 개척은 기술 개발과 함께 주요한 혁신(이노베이션)이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하는 혁신을 실천한 기업인들에겐 성공의 열매가 주어진다.

과거 은행은 부자들만 상대했다. 돈을 잘못 빌려주었다간 떼일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자에게 가야 했던 서민들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들어 현대식 은행이 생긴 이후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잔니니는 은행 철창을 걷어내고 소규모 사업자와 주부들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대출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세워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는 은행 문을 빈민들에게도 개방하는 데 성공했다.

요즘 인도에서는 은행만이 아니라 제조업체에서도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자()들을 위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70달러(약 8만1900원)짜리 미니냉장고, 23달러(약 2만6900원)짜리 가정용 스토브, 43달러(약 5만300원)짜리 휴대용 정수기, 20달러(약 2만3400원)짜리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이 많다. 인도의 타타 자동차회사는 2200달러(약 257만4000원)짜리 자동차 나노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인도 기술자들이 이 나라 11억 인구의 구매력에 관심을 돌린 결과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평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3인 약 40억 명이 빈곤층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영학의 예언자로 불리는 미시간대의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빈곤층 시장이 연간 1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값이 싸다 보니 남는 이윤도 적지만 인도 기업들이 빈자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워낙 물량이 많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복지도 나아지고 기업도 경제도 함께 키우는 빈자 마케팅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