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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일 우파연정

Posted September. 29,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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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69년 독일은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을 통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위기와 동서독 갈등의 위기를 극복했다. 4년 전 이맘때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이다. 2005년 초 이미 정치적 한계에 봉착했던 노무현 정부는 독일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에 줄기차게 연정을 요구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독일 대연정의 일면만 소개하면서 전체를 왜곡했다는 점이다. 좌우파의 연합으로 독일에선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어졌고 1968년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독일인들은 당시 총리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한다.

2005년 11월 독일 총선에서 과반수 득표를 못한 우파 기민당은 36년 만에 중도좌파 사민당과 또 대연정을 했다. 최초의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대처가 되지 못했다. 기민당이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 지나친 복지제도 축소, 감세 등을 시도할 때마다 사민당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좌우연정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대신 메르켈은 합의를 중시하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신망을 얻었다. 최다의석을 얻고도 소신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었던 기민당으로선 같은 우파끼리 연정하는 게 소원이었을 터다.

27일 실시된 총선에선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우파인 자민당이 드디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11년 만의 보수연정 탄생이다. 감세와 규제개혁을 강조하는 자민당이 힘을 합치면서 이제 메르켈은 유럽경제의 전차군단 독일을 위한 진짜 개혁을 할 수도 있게 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메르켈이 엄마에서 철의 여인이 될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는 사민당일 듯 하다. 반()시장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민당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당으로 낙인찍혔다. 아마도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슈피겔의 지적이다. 유럽 전체로 봐도 지난 6월 유럽연합(EU) 의회선거에서 중도좌파 의석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서 중도 온건 실용으로 유권자에 다가간 우파들의 변신과 대조적이다. 4년 전 엉뚱한 대연정을 제안했던 우리의 좌파세력 표정이 궁금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