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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합치니 불량이 제로

Posted September. 26, 200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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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가 어떻게 불량이라는 겁네까? 내 보기엔 멀쩡하기만 한데.

여기 이렇게 흠집이 있죠? 이런 거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이 안 사거든요. 남쪽에서는.

정말입네까? 이렇게 쓸 만한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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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북한 개성공단. 식품용기 제조업체 성림정공의 남측 본사 직원들은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생산지도를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식용유병 뚜껑을 만들어 CJ제일제당에 납품하는 이 회사가 공장을 증설할 터를 찾다가 개성공단에 둥지를 튼 것은 2008년 4월. 중국보다 물류비가 훨씬 적게 들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직원들을 남한의 20분의 1 수준의 인건비로 고용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매달 600개가 넘는 불량품이 발생한 것.

품질이라든가 소비자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남측 기준으로는 불량인 제품도 물자가 귀한 북한에서는 쓸만한 것이었던 거죠.(성림정공 이제표 관리팀장)

북한 근로자들에게 품질 개념을 인식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회사 옥준석 사장은 지난해 7월 본사 직원 3명과 함께 개성공단으로 넘어가 상주 교육에 나섰다. 불량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 하나 하나에 불량인 이유를 달아 전시했다. 일종의 불량품 쇼 케이스였다. 몇 달도 안돼 이 쇼 케이스에는 100여 종의 불량품이 가득 찼다. 북한 근로자 88명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공감대가 형성되자 성림정공은 대한상공회의소에 품질혁신 컨설팅을 신청했다. 북측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품질 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교육의 성과는 곧 나타났다. 북한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 이들은 설비의 이상 징후나 마모된 부품을 척척 잡아냈다. 직접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공장 가동초기 월 650개에 육박했던 불량품도 급격히 줄었다. 최근 6개월간 불량품은 100만 개당 1, 2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청의 고품질 인증(싱글PPM 품질인증) 기준인 100만 개당 10개 미만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대한상의와 중기청은 25일 개성공단에서 입주기업 중 처음으로 성림정공에 싱글PPM 품질인증서를 수여했다. 대한상의 최규종 품질혁신팀장은 이 인증을 딴 공장은 남쪽에서도 1600여 곳에 불과하다며 남측 기업들도 23년 걸리는 일을 성림정공 북측 근로자들이 1년여 만에 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성림정공 옥 사장은 남측과 북측 직원이 애사심으로 뭉친 결과라며 앞으로 개성공단 공장 증축과 직원 출퇴근용 셔틀버스 도입 등 근무환경 개선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