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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업 협박 펀드

Posted September. 25, 200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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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민주노총(민노총)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신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 신문들을 보고 믿는 종교인은 악마를 믿는 것이고, 시민은 악마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21세기판 혹세무민(세상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인가, 코미디 대사인가. 전국 신문 구독자의 6070%가 이 신문들을 매일 보고 있다. 민노총은 절대다수 국민을 아예 바보로 여기는 모양이다. 민노총과 쌍생아라 할 민주노동당의 국회 의석은 5석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 290여석을 만든 유권자는 모두 악마를 따라간 것인가.

많은 국민은 민노총이 한 일을 잘 안다. 쌍용차 사태 같은 불법 파업을 지시하고 과격한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 민노총 간부의 전교조 교사 성폭행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올 들어 KT 쌍용차 영진약품 같은 20여개 기업 노조가 왜 탈퇴했는지를 민노총만 모르는 것 같다. 일부 공무원노조의 가입으로 세력을 키운 민노총이 과오를 지적하고 성숙한 노동운동을 주문한 신문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오만이 극치다. 조합원의 신문 볼 권리도 박탈하겠다는 건가. 권력을 쥐고 언론을 탄압하는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다.

민노총은 신문 불매를 넘어 특정 신문에 광고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광고주를 협박하는 불매운동은 불법이다. 법원은 광고주를 협박한 24명 전원을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벗어나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위력으로 제압한 업무 방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광고주들은 이들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광고 효과가 높은 매체를 골라 광고를 싣는 것은 광고주의 자유요 권리다.

광고주를 압박하기 위해 불매펀드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민노총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는 광고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삼성 제품을 사지 않는 삼성불매펀드에 가입해 불매운동을 펴겠다고 한다. 일종의 기업협박펀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고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해괴한 일을 벌이는 노조가 활개를 치는 나라를 세계는 어떻게 볼 것인가.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