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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천헌금 금배지의 종말

Posted May. 15, 20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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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국구(현행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공천 때는 거액을 공천 대가로 바치고 후보직을 얻는 돈 공천이 횡행했다. 특히 정치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많았던 야당에선 전국구 공천 장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현행법상 당원이 납부하는 당비의 한도액은 제한돼 있지 않지만,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따라서 공천헌금 성격의 특별당비는 불법이다.

대법원은 14일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김노식 양정례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명문으로 금지한 선거법 47조의2 규정을 적용해 유죄를 확정했다. 지난해 2월 신설된 이 조항은 누구든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받거나 약속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거액을 바치면서도 형식상 당원으로서 당비납부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라며 발뺌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서 대표는 18대 총선 과정에서 김 의원과 양 의원 측에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모두 32억1000만원의 공천헌금을 당에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비례대표인 이들 3명에게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벌금 100만원 또는 금고 이상)이 확정됨으로써 국회 재적의원수는 299명에서 296명으로 줄었다. 현행 공직선거법(200조)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이 선거관련 범죄로 당선이 무효가 될 경우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다.

항간에선 이들 셋이 대법 판결 전에 사퇴함으로써 사퇴나 탈당에 따른 의원직 승계 형식으로 친박연대의 차()순위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의원직을 물려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서 대표 등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사퇴나 탈당을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금배지의 인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배지를 목 빠지게 기다렸던 차순위 후보들이나 한 석이 아쉬운 친박연대로서는 서 대표 등의 버티기가 야속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불법으로 얼룩진 국회의원 자리에 지급될 혈세를 한 푼이라도 덜 수 있게 해준 그들의 몽니가 정치발전에 역설적으로 기여한 셈이 됐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