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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구조조정, 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살 길이다

[사설] 선구조조정, 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살 길이다

Posted April. 28, 20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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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다룰 비상경제대책회의가 3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려 45대 그룹과 38개 해운업체의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하고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짓는다. 구조조정은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폭과 속도에서 진척이 없었다.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 지금 과감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해당 기업과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경제 기상도는 먹장구름이 덮인 하늘 가운데 언뜻언뜻 햇빛이 비치는 흐림 그리고 가끔 맑음이다. 심심찮게 한국을 때리던 해외 언론이 요즘 한국의 위기극복 노력과 성과를 치켜세우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실력을 평가 절하해선 안 되지만 섣부른 낙관론으로 샴페인을 터뜨릴 때도 아니다. 일부 긍정적 지표에 취한 기업 정부 국민이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부실기업과 사업, 잉여인력 정리 같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까지 내다본 선택이다. 우리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해서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미적거리다 보면 세계경제가 살아난 뒤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사활()과 직결되는 필수 과제다.

건설 해운 은행 보험업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분야다. 30대 그룹 중에도 능력을 넘는 덩치 키우기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있다. 거품과 과잉을 부른 사정은 업종마다 다르지만 해당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부터 노조까지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대책에 편승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졌거나 돈을 더 지원해봐야 결국 부실만 커질 기업, 권력화한 노조가 개혁에 저항하는 기업에는 우선적으로 칼을 들이대야 한다.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은 전 세계가 힘든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자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별 기업 또는 단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정된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가지 않고 부실기업 연명에 낭비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기업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정책으로 투자할 만한 곳에 돈이 흘러가게 해야 경쟁력을 갖춘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금융위원장 등 고위 정책당국자와 기업 CEO들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서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위상은 상당부분 구조조정의 성패에 달려 있음을 모든 경제주체가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