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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악관의 텃밭

Posted March. 23, 20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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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뚱보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은 15세 이상 인구 중 비만자 비율이 32%로 세계 1위다. 멕시코(30%)와 영국(23%)이 그 다음이다. 비만은 각종 질병을 일으켜 개인과 국가의 건강 및 의료 관련 비용을 증대시킨다. 미국에서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비만에 따른 미국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30억 달러(약 172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 주부들은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아침식사는 시리얼, 점심은 땅콩버터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때운다. 저녁은 인스턴트식품을 오븐에 데워 먹는 식이다. 이처럼 정크 푸드(junk food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적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한 결과가 비만이다. 정크 푸드는 미국을 위협하는 제2의 테러로까지 불린다. 미국 정부는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 학교 매점에서 패스트푸드 자판기를 없애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미국인의 식습관을 고쳐보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백악관 생활이 시작된 첫 주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야채 위주의 백악관 식단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그는 2월 요리를 배우는 여성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맛 좋은 국산을 먹자며 미국판 신토불이()를 강조했고 빈민을 위한 무료 식당에선 버섯 사과 등 건강식() 예찬론을 폈다. 지난주엔 백악관 잔디밭을 갈아엎고 55종의 채소를 키우는 텃밭을 만들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인 미셸 오바마는 학벌로 보면 웰즐리대와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막상막하다. 클린턴 장관이 대통령 부인 시절 국가의료개혁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았던 것과는 달리 그는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주부의 면모를 강조한다. 설치는 영부인이 부를 수 있는 역풍을 피하면서 국가 개혁에 한몫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 바로 건강식 전도()다. 정크 푸드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보고 시작한 사회운동이다. 미셸의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부터가 건강식의 힘을 알리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