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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답하다

Posted March. 23, 20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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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홍콩의 프레드 뉴먼입니다. 20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회의실. 인사말이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국 정부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처음으로 개최한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 문제의 HSBC가 참석한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신흥국 중 한국이 세 번째로 외환위기에 취약하다고 보도하면서 자료 출처로 밝힌 곳이 영국계 은행 HSBC다.

이정호 금융위원회 외신팀장이 예상 질문지를 뒤적였다. HSBC는 미리 질문지를 보내지 않았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몰랐다. 콘퍼런스 콜 주관자인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의 답은 짤막했다. 키프 고잉(Keep going계속 말씀하시죠).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뒤 일부 글로벌 IB와 외신이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을 쏟아냈지만 정부로서는 그때마다 해명성 반박이나 할 뿐 근본적인 대처 방법을 찾지 못했다.

20일의 콘퍼런스 콜은 한국 경제와 글로벌 IB 사이에 놓인 오해를 풀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서울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씨티그룹,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HSBC, JP모간,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스탠더드차터드, UBS 등 주요 IB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참여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이 팀장은 바로 질문으로 들어가자고 했고 이코노미스트들도 기다렸다는 듯 민감한 질문을 쏟아냈다.

중소기업 대출, 이미 많습니다. 대출을 더 늘리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나요?(CLSA 숀 코크란 리서치센터장)

이 부위원장은 미묘한 질문이라며 정책적 딜레마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대출 감소 속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HSBC의 뉴먼 리서치센터장은 가계대출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처럼 한국도 가계부문이 위기의 시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질문이다. 이 부위원장은 연체율이 1%도 안 된다. 미국 서브프라임은 20%가 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스피커폰 저편에선 숨소리만 들렸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