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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입주 98개 업체 당혹감에 발 동동

Posted March. 10, 200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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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원자재 투입 중단

개성공단에서 메리야스를 생산하는 제일상품은 9일 개성에 들어가기로 했던 교대인력 5명을 투입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개성공장은 평소 상주인력 4명과 1주일 이상 체류가 금지된 비상주인력 4명으로 운영된다.

진경준 사장은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통보받아 대응책은커녕 피해규모도 산정하지 못했다며 당장 자재가 못 들어가면 이틀 후에는 공장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애를 태웠다.

2004년 입주해 냉난방 공조장비를 생산하는 호산에이스도 상주인원 7명 중 주말을 맞아 5명이 남한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현재 2명만 공장을 지키고 있다. 남한으로 내려오려던 인력은 북한 조치를 기다리며 발이 묶인 상황이다. 조동수 사장은 시범단지 입주 이후로 5년간 이런 일은 처음 당해 본다. 자재, 인력 투입은 물론 구체적인 업무 지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가 2, 3일 계속된다면 정상적인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객 신뢰 잃어 향후 영업에도 지장

2004년 시범업체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반도체 부품업체인 티에스정밀은 최소 당직인원 2명만 현지에 남은 상황에서 원자재 공급마저 막혀 이날 생산이 중단됐다. 나머지 상주 인력 3명은 주말을 마치고 이날 오전 복귀할 예정이었다.

윤성석 티에스정밀 사장은 작업 중단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보다 납품 계약한 고객사에 피해를 준 것이 더 치명적이라며 앞으로 어떤 업체가 이처럼 불안한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발주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입주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공단 터를 분양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느 정도 대비책을 세워 놓은 기업도 우려는 마찬가지였다.

개성 현지 공장에서 시계를 월 5만 개가량 생산하는 시계제조업체 로만손은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북측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계기로 본사에 2개월 치 완제품 재고를 쌓아둬 당장 판매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보다 공장을 관리할 직원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에선 이날 출경이 예정된 직원 2명이 입북하지 못해 되돌아왔다.

직원 안위, 회사 앞날 함께 걱정

이번 사태로 개성공단에 발이 묶인 남측 직원의 가족들은 혹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볼모로 북한에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아직까지 정상 가동되는 KT 통신선을 통해 개성공단 현지와 전화 연결을 해주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북측의 통신 통행 차단 조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로 가족들이 수시로 연락해 불안감을 호소한다며 아직 개성공장과는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직원들과 수시로 통화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업체 중에는 세계 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북측의 이번 조치로 남북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생산라인 철수를 고려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몇 차례나 반복된 남북 긴장 고조로 벌써부터 거래처들이 납기를 못 맞출 것이라며 우리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최악의 경우 중국 등 해외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입주업체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 책임을 물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2004년 시범단지 단계부터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란 말만 있었지 실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거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의사들도 발 묶여

한편 개성에서 무료 자원봉사 형태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닥터스 개성의원 소속 의사 4명도 북한 측의 조치로 발이 묶인 상태다. 그린닥터스 개성의원에는 최소 3명(상근 1명 포함)의 의사가 하루 평균 2030명의 남측 근로자를 진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날 그린닥터스 개성의원을 일반 의료기관처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가 적용되는 요양기관으로 지위를 올려 의료시설과 구비약품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던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