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 유난히 강하다고 해서 파이널 퀸이라는 별명이 붙은 신지애(21).
하지만 8일 싱가포르 타나메라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를 앞두고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선두에 6타 차이로 뒤져 있었고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신지애는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14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앞세워 불같은 추격전을 펼친 신지애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그는 LPGA투어 정식회원이 된 올 시즌 3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으며 골프 여왕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LPGA투어에서 신인이 데뷔 후 3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6년 캐리 웹(호주)의 두 번째 대회 이후 최단 기간 기록이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신지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런저런 악재에 시달렸다. 메인 스폰서 계약이 늦어졌고 몰려드는 외부 스케줄 탓에 훈련이 부족했다.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 2라운드에서 81타까지 치며 생애 처음으로 컷오프의 수모까지 당했다.
신지애는 위기를 맞아 처음 골프를 시작한 전남 함평군에서 훈련하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지난주 혼다타일랜드대회에서 공동 13위에 오르며 서서히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날 신지애는 1, 2번홀 버디에 이어 3번홀에서는 칩인 버디를 올린 뒤 4번홀에서 다시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선두 캐더린 헐(호주)을 압박했다.
행운도 따랐다. 후반 들어 10번홀(파4)에서 헐이 보기를 한 뒤 13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 티샷이 심하게 왼쪽으로 휘어져 화단에 떨어져 언블레이어블(칠 수 없는 곳에 공이 떨어져 1벌타를 받고 드롭하는 것)을 선언했다. 5타 만에 힘겹게 공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홀아웃해 더블보기를 하면서 신지애와 공동선두가 된 것.
헐은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보기를 했다. 신지애는 이 틈을 노려 15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컵 2.3m 지점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아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신지애는 18번홀(파4)에서 차분하게 파를 낚은 뒤 승리를 확신한 듯 모처럼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 홀에서 티샷을 오른쪽 러프에 빠뜨리며 보기로 마친 헐은 2위(9언더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