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의 14.7%나 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던 이들이 은퇴와 함께 소비를 줄이면 세계적 경기침체로 위축되고 있는 내수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생산 현장의 주력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이들이 은퇴해버리고 나면 나중에 경기가 살아날 때 한국 경제가 노동력과 기술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준비 안 된 은퇴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나이는 4654세.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찾아온 기업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전국가구 월평균 가계수지에 따르면 가구주가 5059세 이상인 가구의 전체 소득은 383만 원으로 다른 어느 연령대보다 높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은 월급 등의 근로소득이 차지하며 부동산, 예금 등 자산에서 발행하는 소득은 10만 원에 불과하다. 퇴직과 함께 봉급이 끊기면 곧바로 소득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게다가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3040대 때의 소득을 내집 마련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을 제외하면 별다른 재산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려면 자산소득이 늘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는 오히려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역()자산효과가 나타난다.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어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직장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창업을 하려 해도 자본이 충분치 않고 자영업의 경쟁이 치열해 성공확률 또한 높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의미
고도 성장기였던 1980년대 사회에 진출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의 소비를 주도해 왔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집을 구입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1990년대 서울 강남권의 집값 폭등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베이비부머들의 강남 진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이들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 한국의 소비는 예전 수준을 되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노 통계청 분석통계팀장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집을 팔려고 하겠지만 뒤이은 젊은 세대는 이 집을 살 능력이 충분치 않아 앞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줄고 주택가격도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3554세 인구가 줄어들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1990년부터 집값이 폭락했고, 미국은 3554세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산업현장의 노령화 현상이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현장 숙련 기술인력의 중심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노동력 부족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6년부터는 이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무더기 퇴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노동력 부족과 연금 부담 확대 같은 걱정거리로 이미 다가왔다.
일본은 일본판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49년 출생)의 은퇴로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55세였던 정년을 1998년 60세로 늘린 데 이어 2013년까지 다시 65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1964년에 태어난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현재 나이는 4663세. 이 세대의 총 인구는 780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6.9%를 차지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준비를 일찍 마친 경우가 많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는 이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55세가 넘는 미국인의 취업비율은 1970년 이후 최고에 이른다. 주식과 펀드 가치급락으로 은퇴 밑천을 잃은 베이비부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