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악법

Posted December. 30, 2008 03:14,   

ENGLISH

민주당은 요즘 한나라당이 통과시키려는 85개 중점처리 법안 중 상당수에 대해 MB 악법 반민주 악법 경제악법이라고 딱지를 붙여놓고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어떤 법이 정의로운 것인지에 관해서는 수많은 이론과 학설이 존재한다. 악법()과 선법()도 어떤 가치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악법을 판단하는 공통의 기준이 있다. 바로 백성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느냐 이다

다산 정약용은 1794년 피폐한 농촌과 참담한 백성들의 삶을 보고 임금에게 올린 글에서 이존국법 이중민생( )이라고 썼다(박석무 저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국법을 존엄하게 하고 민생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국법을 존중하면서도 민생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선정()의 요체임을 설파한 것이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가정맹어호)는 말도 있다. 여기서 가혹한 정치를 민생을 돌보지 않는 악법으로 대체해놓아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중점 처리 법안 중에는 이른바 사회개혁법안을 비롯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관련된 금융지주회사법, 금산분리 완화를 규정한 은행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들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경제 살리기와 국가 정상화를 위해 공약으로 제시한 것들이 많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면 경제와 관련된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국회가 할 일이다.

경제난 앞에서 막막하기만 한 국민은 대체 이들 법안이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법인지, 야당 주장대로 악법인지 알 길이 없다. 한나라당도 야당만 손가락하지 말고 과연 이법이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할 수 있는 법인지에 관해 대()국민 법안설명회라도 한 번 열어야 할 것 아닌가. 국회 본회의장은 오늘도 철제 사다리와 나무 걸상들로 꽉 막혀 있다. 민생의 고통에 귀 막은 국회의원들에게 꼬박꼬박 세비()를 주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악법인지도 모른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