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사귄 남자친구가 슬슬 지겨워요. 과감히 돌아설까요?
진심이 아닌데 자꾸 선배한테 말실수를 하게 돼요.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후배가 될 수 있을까요?
지난달 말 서울 신촌의 한 카페. 열 명의 대학생이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의 토론 주제는 신촌의 대학 생활에서 살아남기라는 교양과목의 하나로 학점이 걸린 토론인 만큼 학생들의 얼굴에 장난기는 전혀 없었다.
이들이 수강하는 이 강의는 교수나 선배와 인간관계를 넓히는 법, 동아리 활동을 하는 법, 미래 계획을 세우는 법 등으로 구성됐다. 강의는 학교가 아닌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주로 진행된다.
수강생들은 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수강 신청 단계에서부터 2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실용적 강의 인기=대학의 교양 강좌들이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연세대 고광윤(영어영문학부) 교수는 고교 생활과 확 달라진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생이 많아 진짜로 필요한 것을 가르치기 위해 신촌의 대학 생활에서 살아남기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삼육대 등에서는 첫 번째 데이트 코스 짜기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벌이거나 오래된 연인의 장단점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등의 연애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과목 특성에 맞게 강의를 듣다가 동급생과 연인이 되면 A+ 학점을 주기도 한다.
학생들의 관심사가 다양한 만큼 교수가 아닌 외부 명사들에게 교양 강좌를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천안 마일사의 마가스님이 맡은 중앙대의 내 마음 바로보기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6주 동안 참선과 명상 시간을 가진 뒤 2박 3일 일정으로 전국 사찰을 순례한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없는 스님을 직접 만나고 절에서 생활하는 것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김민태(19) 씨는 달빛에 비친 통도사 반월교의 단풍을 보는 경험은 이 수업이 아니었으면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세대에는 이 밖에도 해리포터 마술학교 한강변 10km 나누어 걷기 등 듣기에도 이채로운 과목이 적지 않다.
서울여대의 부자학 개론은 여대의 특성을 살려 부자에게 시집가는 법을 소개해 학생들에게 인기다.
다양한 체험의 보고=시신 해부도 교양으로 접할 수 있다. 한양대의 교양해부학 강좌는 의학 등 관련 학과 전공자가 아니라도 시신 해부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백두진(의학) 교수는 잘못된 해부학 지식이 전달되는 일이 많아 인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참관 과정을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부 강사들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강의도 늘어나고 있다.
상명대는 대사() 강좌 명인 강좌 성공학 강좌 등 강좌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경험을 전수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