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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쿄 영화제에 경차타고 나타난 스타들

[사설] 도쿄 영화제에 경차타고 나타난 스타들

Posted October. 23, 20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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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등록자동차 98만대를 조사한 결과 평균 배기량이 2113cc로 유럽연합(EU) 평균(1744cc)보다 21%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은 EU가 우리보다 훨씬 높다. 국내에서 지난 10년 사이 배기량 2000cc 이상 중대형차 판매는 4.3배 증가한 반면 1000cc 미만의 경차()는 48%가 줄었다. 소형차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외국과 정반대다.

한국인의 대형차 선호 현상은 자동차를 신분 과시용으로 여기는 의식구조, 그리고 작은 차를 홀대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경차는 없는 사람이 타는 차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호텔 골프장 백화점 등에 소형차나 경차를 타고 갔다가 무시당하는 일도 흔하다. 어느 변호사가 소형차를 타고 법정에 갔다가 정문에서 수위에게 제지당한 뒤 큰 승용차로 바꿨다는 일화도 있다.

아무래도 관()부터 행동에 나서야 할 것 같다. 경차 관용차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유가()가 치솟고 나서야 정부는 일부 관용차를 소형 하이브리드카로 교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차관은 여전히 대형차를 탄다. 행정안전부는 장관급은 배기량 3300cc, 차관급은 2800cc급을 타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것도 2006년 공용차량 관리 규정을 개정해 줄인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를 야무지게만 만들면 구태여 3300cc급이 아니더라도 안전성이나 주행속도 면에서 공무 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장관이 뒷자리에 혼자 타고, 큰 짐도 없는 차가 아닌가. 장관들이 지금 타고 다니는 관용차를 중고시장에서 팔고 같은 값의 23002700cc급 중고 승용차 정도로라도 싹 바꿔 탄다면 국민에게 작은 차를 타라고 외치지 않아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라디오 연설에서 원유 수입액이 1100억 달러에 이르는 만큼 에너지를 10%만 아껴도 예상되는 경상수지 적자(100억 달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전부터도 에너지 절감과 대기오염 완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승용차 시장을 소형차 위주로 재편해왔다. 일본은 경차를 포함한 소형차 비율이 85%(2006년 기준)에 이른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도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친환경을 주제로 18일 개막된 도쿄영화제에서 우위썬 감독과 배우 량차오웨이 등 스타들이 리무진 대신 경차 크기의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행사장에 나타나 레드카펫 대신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카펫을 밟았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도 경차를 타고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