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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피살은 북항의로 빠졌다

Posted July. 28, 20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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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싱가포르에서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당초 포함됐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문구가 25일 수정된 최종 성명서에서 빠진 것은 북한의 강력한 삭제 요구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7일 북한이 성명에 금강산 사건이 포함된 것을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 정부에 강하게 문제 삼았고 우리는 이와 별도로 104 남북정상회담 선언이 들어간 것을 싱가포르 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감안해 두 문구를 동시에 삭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통상부가 25일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이용준 차관보가 오늘 싱가포르 외교차관을 만나 104선언 관련 문구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했지만 의장국으로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이 요구해 관철시켰던 금강산 사건에 대한 국제협력 관련 표현도 함께 뺐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싱가포르에 강력히 항의한 것을 25일 파악했지만 북-싱가포르 사이의 문제를 한국이 공개하는 게 적절치 않아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정부가 최종 성명이 수정된 경위를 국민에게 사실대로 전달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특히 정부가 최종 성명 수정 경위를 사실대로 밝힌 것은 교도통신이 26일 오후 ARF 의장성명이 수정된 것은 북한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고 보도한 뒤여서 외신보도가 없었더라도 이를 공개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대표단이 귀국한 26일 오전 외교부로부터 북한 항의 관련 보고를 처음 받았다며 애초부터 남북 양측이 모두 문제제기를 해 두 문구가 삭제됐다고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이날 원칙과 철학이 없는 외교력을 드러냈다며 유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승련 이승헌 srkim@donga.com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