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 소속 의원 148명이 공동 발의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이 재적(291명) 과반인 146표에 6표 모자라는 140표에 그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이날 표결에는 야 3당 및 무소속 의원 149명이 참여했으나 개표 결과 반대 5표, 기권과 무효가 각 2표씩 나왔다. 야 3당 소속 의원은 모두 151명이다.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실무책임자인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을 통해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공식화하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 했으나, 부결됨에 따라 지도부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향후 쇠고기 문제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주요 현안에서의 야 3당 공조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5월 임시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23일까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음에 따라 26일부터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9일까지 나흘간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FTA 국회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고 임채정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 직권 상정을 거절해 한미 FTA 비준은 18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비준 동의안은 재적 의원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해임건의안 부결 직후 브리핑에서 민주당 내에도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 비준을 연계하는 데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의원들의 표결권과 입법권 보장을 위해 국회의장은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야 한다.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고 정 장관의 과오가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 장관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이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쇠고기 문제 해결을 원하는데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 요구라면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해임건의안 부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야당도 이를 계기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