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측이 2일부터 강온 양동 작전을 본격화하며 이회창 전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여전히 이 전 총재에게 화합의 손길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측근들은 이 전 총재를 겨냥한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것.
전날 이방호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자금 잔금을 둘러싼 이 전 총재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는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상대라고 말했다. 전날 이 총장의 폭로에 대해서는 화합하려는 강한 의지로 노력을 해야지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오만의 극치라며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에 대해 당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순간적인 발언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표를 옹호했다.
그는 이어 경남 진주시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원 교육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막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를 그르치는 것이라며 역사적 길 앞에 우리 모두는 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엇비슷한 시간, 서울에서는 이 후보 측근들이 이 전 총재에게 날을 세웠다.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덕룡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번의 대선에서 진 것은 이 전 총재 본인과 가족 때문이라며 이인제 씨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이 (이 전 총재의 재출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나경원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지지율) 거품이 급속히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 후보의 만류에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이 있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얼마나 더 큰 파장이 있겠느냐. 그런 것을 고려해 처신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며 강공 모드를 유지했다.
한편 김명주 이계진 이주호 정진섭 의원 등 당 소속 초선 의원 39명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이 전 총재의 재출마를 만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지금껏 지켜온 명분과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 사무처 당직자 150여 명도 이날 호소문을 내고 이 전 총재에게 지난 10년간의 열망과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