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둘 다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색소폰 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은 대조적이다. 월가에서 실무로 뼈가 굵어진 그린스펀은 평소에 안면 있는 금융계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시장의 미세한 움직임을 짚고, 그 감()을 근거로 과감한 선제(사전)조치를 취했다. 반면 스탠퍼드대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역임한 버냉키는 학자 출신답게 통계의 뒷받침을 받는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중시한다. 그린스펀은 모호한 어법을 즐겼지만 버냉키의 말은 단순 명료하다.
중앙은행에 대한 철학도 좀 다르다. 그린스펀은 1987년 취임 3개월 만에 다우존스지수가 22% 떨어지는 블랙 먼데이를 맞자 FRB는 경제금융시스템의 유동성 공급자라고 공언하면서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증시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 조짐만 보여도 주저 없이 개입했다. 특히 시장 과열보다는 시장 위축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 최종 대부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버냉키는 통화가치 수호와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본래 역할이라는 쪽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대해서도 시장 안정보다는 시장 교정()으로 대응했다. 금융기관이 고수익에 이끌려 위험하게 자산을 운용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며, 툭하면 FRB에 의존하던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는 뉘앙스다. 버냉키가 지난달 금리 인하보다 훨씬 강도가 약한 재할인율 인하를 택한 것도 이런 해석을 낳았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정도다. 1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눈에 띄기 마련이어서인지 월가에서는 그린스펀의 인기가 높고 학계에서는 버냉키 지지자가 많다. 어쨌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버냉키가 취임 1년 반 만에 만난 첫 시련이다. 버냉키식 대처로 시장이 교정될지, 더 큰 위기로 치달을지 국제금융계가 숨소리를 낮추고 있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