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주말 삼성전자 주력업종의 수익률 저하를 지적한 기자들에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 4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던 1993년에도 지금 변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아내와 자식을 빼고는 모두 바꿔보자는 말로 경각심을 불어넣은 바 있다. 다시 그의 말에 주목하는 까닭은 삼성뿐 아니라 장래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성장전략이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걱정대로 우리 경제는 몇 년째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통신기기 등 핵심 주력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수출이 외끌이 성장을 하고 있을 뿐 원화 강세, 고유가 압박, 가계채무 급증, 부동산가격 폭등 같은 복병이 줄을 섰다. 한국은행과 경제연구소들도 정보기술(IT)의 성장 견인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에 나타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념과잉 경제정책, 철밥통 노조, 반()기업 정서, 과학기술투자 소홀, 비효율적 인재공급 시스템, 갈등해소 메커니즘의 부재 등 열악한 경제사회적 인프라가 세계적 무한경쟁에 숨이 찬 기업들을 더욱 힘겹도록 만들고 있다.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개방 노력도 일부세력의 저항을 받고 있다.
현 정권은 위기론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싫어한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위기다, 파탄이다 하니까 경제가 더 나빠진다 5% 성장률에 경제위기론이 웬 말이냐고 되받기 바쁘다. 정부는 지난 4년 간 각 분야의 경제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그러면서 오기()를 부리듯이 실패한 반()시장적 정책을 거둬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 아픈 다수의 일시적 정서에 영합해 분양원가 공개 등 부작용과 후유증이 클 반시장적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
정부부터 변칙이 아닌 정상()의 시장경제로 돌아와야 한다. 또 국민이 어떤 차기 정부를 선택할 것인가도 46년 뒤의 국운과 직결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