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고 어려운 과정에 갓 진입한 것에 불과합니다. 6자회담의 성과에 대한 한국 정부의 낙관과 열광이 대()북한 지원을 비핵화 문제와 분리시키는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및 차관보(19922001)로 대북협상을 주도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13 베이징() 합의를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선 한미 양국이 인내심과 냉철한 판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 합의 이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베이징 합의는 긍정적인 발걸음이다. 하지만 이행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합의사항의 최소한을 이행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상황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추정컨대 북한의 신고는 (미국이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핵심 이슈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한 것을 다 신고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HEU 시설을 획득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해 오래전에 포기했고 아주 조금 수입한 장비들은 다 폐기했다고 신고했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은 그걸 못 믿겠다고 말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그걸 뒷받침할 자료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폐기한 기록이 어디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핵시설 불능화의 개념 자체도 북한은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까.
부시 행정부가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는 아직 답을 모른다.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분열되어 있다. 베이징 합의에 따른 비용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지불이고 그나마도 첫 에너지 지원 5만 t은 미 국민의 세금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공화당내에선 베이징 합의에 대한 공격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는 길고 어려운 프로세스에 접어든 것이라며 매우 느리고 고통스럽고, 고뇌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며 그나마도 그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내 경험에 따르면 북한과의 협상은 계속해서 압력을 넣어야 하는 과정이다. 어떤 것도 쉽게 오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추구하면서 북한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오늘 평양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7개월 만에 열렸는데.
남북협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대북 협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북핵 문제의 진전에 상응해서 이뤄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6자회담에 너무 열광하고 낙관하면서 대북협력을 비핵화 문제와 분리시킬 위험이 있다. 베이징 합의 이후 노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발언들은 한국이 남북 협력을 비핵화 문제와 분리시키려 한다는 신호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대북협력의 눈금을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이고 확인 가능한 진전에 맞춰 가는 게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아무리 퍼 줘도 남는 장사라고 했는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북 지원이 한국의 이익이 될 것처럼 가장(pretend)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어떻게 보나.
2009년과 2012년 사이에서 시기를 최대한 늦춘 것은 잘한 결정이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데드라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시작전권이 전환됐을 때 한국이 추가 방위책임을 맡을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이슈를 연기하는 방안이 있었다면 나는 그쪽을 약간 선호했을 것이다. 전환 시기를 확정한 데 대해 북핵 상황뿐만 아니라 한국의 준비가 완료되었는지를 평가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논쟁이 제기되는 것을 이해한다. 2012년을 목표로 하되 실행 과정에서 북핵 상황과 한국의 준비 완료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충분히 감안하고 유연하게 판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