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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에게만 이례적으로 두번 물어

Posted January. 23, 2007 07:05,   

지난해 12월 7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조희대)가 결심공판의 공판조서에 당시 공판 과정에 있지도 않았던 판사와 검사의 문답 2, 3쪽 분량이 임의로 추가됐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서로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다.

재판부는 설사 절차상 문제가 있었더라도 당사자가 동의한 부분이라며 검찰과 변호사 양측의 동의를 얻는 등 공소장 변경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왜 그렇게 했는지 (법원 쪽에) 알아보라고 했다.

당일 결심공판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 도중 법정에서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조 부장판사가 변호인 측을 향해 나중에 볼 때 당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절차를 거쳤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이날 공판에 참석했던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공판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검사가 제시한 의견서 내용을 공소사실에 포함시키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재판부가 검사가 아닌 피고인 측에 범죄 사실 내용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의 동의 아래 공소장을 변경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범죄사실만 공소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처음 이 같은 질문을 하자 변호인 측은 반대했으나, 재판부가 재차 질문하자 동의하는 것으로 공판조서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재판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변호인이 두 번째 질문의 답변에 대해 놀라는 투로 예?라고 답했는데, 조서에는 긍정의 뜻으로 예.라고 적혀 있다고 전했다.

공판 끝 부분에 검사가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재판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이의제기를 하면서 발언권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은 재판장이 하겠다라며 이 검사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의 오락가락 해명=재판장인 조희대 부장판사의 말이 바뀌는 것도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부장판사는 에버랜드 사건의 변론재개를 결정한 16일 오후 기자들에게 법원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상 재판장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298조 2항은 판사가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로 돼 있을 뿐 검사의 신청 없이 판사가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다음 날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재차 밝히자 그는 (검찰이)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22일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낸 건 아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내가 판단했고 그래서 양측 동의를 얻어 추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법정에서는 넣겠습니다 하면 다 추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도 말했다.

검찰이 공소사실 변경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 부장판사의 말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는 17일 결심 공판이 끝나고 검사도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닷새 뒤 그는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당시 사무실 앞에서 담당 검사 2명과 공소사실 변경에 대해 얘기했다. 검사들도 동의하고 돌아갔다. 공소장이 변경되는 것을 몰랐다면 내 방에 왜 찾아왔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검사는 공판 직후 재판장실을 찾아갔으나 면담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실에서는 면담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일 면담을 시켜주겠다고 말해 이 검사와 재판장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재판장은 그 대신 속기록에 나온 내용대로 하겠다는 뜻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의문점=조 부장판사는 22일 결심공판 당일에는 공소장 변경에 대해 문제 삼지 않다가 왜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심 공판 후 40여 일이 흐른 이달 18일 공판조서를 처음으로 열람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내용이 보도돼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재판부에 공판조서 열람을 신청했다면서 관련 기록은 재판부에 기재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판조서에 재판부와 검사의 문답 일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공판기록은 사무관이 쓴다. 검찰이 가져와 읽은 준비서면을 일일이 그대로 다 치는 게 아니다라는 해명도 석연치 않다.

조 부장판사는 공판조서를 작성하는 기술적인 부분을 알게 되면 오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한 인사는 공판조서를 사무관이 작성한다고 책임도 사무관이 져야 되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