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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머 검은 돌풍

Posted January. 19,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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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 플리트센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둘째 날의 주인공은 버락 오바머(현재 46세) 상원의원 후보였다. 그해 11월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전국무대에 데뷔한 이날 연설로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라크전과 인종갈등으로 분열돼 미합중국(USA)이 아니라 분열된 미국(DSA)이란 말이 나오던 때에 하나의 미국을 주제로 한 그의 연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정가에 검은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오바머 의원이 1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2008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품에서 자랐다. 콜럼비아대 출신인 그는 시카고에서 지역 활동가로 일하다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로 돌아가 민권변호사와 대학교수로 활동하며 꿈을 키웠다.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으로 승승장구했다.

상원의원으로 2년 동안 활동한 오바머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별한 업적이 없고 컨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지목돼 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 언론은 그의 흑백통합 이미지와 40대의 젊음,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연설 능력 등을 인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후보 경선은 흑백 대결과 남녀 대결로 상당한 흥행 요인을 확보한 셈이다.

와스프(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가 지배해온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을까. 뉴스위크의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5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지 정당의 흑인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93%가 예스라고 답했다. 그러나 오바머 의원은 언론의 철저한 검증과 천문학적인 정치자금 확보, 백인 유권자들의 거부감 등 숱한 난관을 통과해야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