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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잡고 사랑은 퍼뜨려요

Posted December. 02, 2006 07:27,   

분홍색 솜사탕으로 시작된 1% 기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CCMM빌딩 6층의 안철수연구소. 이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들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게시판에 걸린 사랑의 나무다. 큰 나무 그림에는 이름이 적힌 사과들이 열려 있다. 급여의 1%를 기부하는 운동인 사랑의 1%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 명단이다.

이 회사는 아름다운재단이 펼치는 나눔으로 아름다운 일터 만들기에 가장 먼저 참여했다.

2005년 10월, 재단은 경영진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캠페인 참여를 제안했다.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가게 모임, 장애인을 돕던 신우회 등 이미 사내에서 활동 중이던 모임들이 나서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직원들의 결정에 경영진은 무조건 찬성했다. 기존 모임들은 회사 조직과는 별도로 나눔 위원회를 자율적으로 만들어 사랑의 1% 나누기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8일 점심시간이 끝나 가던 오후 1시. 회사 입구에 분홍색 솜사탕을 든 직원들이 나타났다. 노인걸(QA품질관리팀) 선임연구원이 빌려온 솜사탕 기계로 제법 둥글게 솜사탕을 만들어냈다. 솜사탕은 공짜가 아니었다.

나눔 도우미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들에게 솜사탕과 함께 쪽지를 내밀었다.

사랑의 1% 나누기에 동참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날 달콤한 솜사탕 맛을 보며 1% 나누기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직원은 30여 명. 1년이 지난 현재 안철수연구소 직원 350명 가운데 120명이 급여의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팩스나 복사기 같은 나눔박스

이 회사에서 나눔은 일상이다.

팝콘과 함께하는 나눔, 동지팥죽 나눔, 노란쪽지 접기.

회식, 체육대회 등 행사 때마다 비용의 일부를 기부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이런 회사 분위기가 나눔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재무실에 근무하는 송의진 씨는 이전에 대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할 때는 회사 방침에 따라 기부를 했지만, 여기서는 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행사라 강제라는 느낌이 없다며 하도 기부가 일상화되다 보니 나눔(기금모금) 박스들이 사무실의 팩스나 복사기처럼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나눔위원회에 참여하는 노 연구원은 나눔은 좀 꼼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확인하라는 얘기다.

이 회사 직원들은 아름다운 일터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 아름다운 재단을 방문했다. 1% 나누기로 마련한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재단 방문 이후 직원들은 기부금의 사용처로 소외지역 책 보내기 기금을 선택했다.

왜 일터가 나눔의 마당으로 중요한 것일까.

하루 24시간 가운데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으니까요. 일터에서의 나눔이야말로 기부를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첫걸음이죠.(이병철 대리)



이은우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