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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BS 이익잉여금

Posted October. 19, 2006 03:04,   

정부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KBS는 1981년 이후 한번도 정부에 이익금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차곡차곡 KBS 곳간에 쌓아온 이익잉여금 액수가 자꾸 늘어나 자본금의 두 배가 넘는 7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와 재정경제부가 한 목소리로 국고에 넣으라고 KBS에 요구하지만 요지부동이다. 납세자인 국민에게 환원해야 할 이익금의 혜택은 KBS 임직원이 나누어 누리고 있다. 지난해 11개 정부투자기관이 이익금 가운데 3800억원을 국고에 배당한 것과 대조적이다.

KBS는 2004년 638억원의 적자를 내자 정부에 손을 벌렸다. 올해 104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챙겼고 내년분도 179억원을 요구했다. 경영상황이 악화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잘 나갈 때는 이익금을 챙기고 경영사정이 안 좋으면 국민 세금을 빼 쓰는 행태가 체질화됐다. KBS는 일반적인 정부출자기관과 달리 비영리 법인이지만 KBS 못지않게 공익적 성격이 강한 국립대학도 사업에서 이익을 내면 국고에 배당하게 돼있다. KBS만 예외가 되겠다니, 원칙과 형평 어느 것에도 맞지 않는다.

KBS 측은 방송의 특수성과 독립성을 내세우지만 국민이 그런 말에 귀 기울이고 수긍하게 만들려면 구조조정과 신뢰확보가 먼저다. 요즘은 시청자 80% 이상이 전파가 아닌 케이블을 거쳐 지상파를 본다. 안테나를 이용한 시청은 옛 풍경이 되고 있는데도 송출체계와 인력구조는 그대로다. 더구나 KBS의 조직 전체에 나사가 빠져 있음은 지난 토요일 20분이나 계속된 방송 중단사고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또 KBS는 노골적인 정권코드 방송 등으로 독립성을 거론할 자격을 스스로 내팽개쳐왔다.

KBS의 혼란상은 당근을 제공해온 정치권력에게도 책임이 있다. 현재는 이익금을 국고에 배당하도록 하는 관련규정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일그러진 공생의 고리를 끊고, KBS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방송위원회는 명문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