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오핸런 씨는 외국인 필진이 쓰는 동아일보 칼럼 세계의 눈 집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대한 예리한 시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16년 미국 기업인들이 출자해 만든 비영리 민간기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이 연구소는 창설자인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실업가 로버트 브루킹스의 이름을 땄다. 헤리티지재단과 후버연구소가 미 보수주의자들의 본거지라면, 브루킹스연구소는 자유주의의 싱크탱크다. 국제정치, 경제, 사회과학 등의 현안에 대해 독립적으로 연구 분석을 수행하면서 미 정부의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전적으로 기부와 기금 수익에 의해 운영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20여 개 대기업이 주축이 돼 일본판 브루킹스연구소라고 할 수 있을 국제공공정책연구소를 세울 것이라는 소식이다. 오쿠다 히로시 전 도요타자동차 회장과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등 전현직 경단련() 회장들이 연구소 발족을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대표 또는 고문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각국 지도층과 폭넓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어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처럼 민간 외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국제정치를 비롯해 무역, 통화, 에너지, 환경, 안보 등을 연구영역으로 하면서도 재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는 듯하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저러한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엔 한국경제연구원이 있고, 몇몇 대기업 산하 연구소의 보고서는 국책연구소의 성과물 못지않은 신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는 국내외 정치문제까지 다루는 연구소는 갖지 못했다. 국가 정체성 및 국민적 가치관의 혼란이 심각하게 불거지고 경제와 시장에 대한 비경제적 변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니 우리 기업들도 브루킹스연구소나 일본 국제공공정책연구소 같은 연구소 하나쯤 돈 들여 만들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