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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위기 현실화

Posted September. 22, 20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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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와 탤런트 송혜교가 출연한 드라마 풀하우스의 제작사인 KBS는 이 드라마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런데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반응이 없다. 두 명의 한류 스타가 출연해 적잖은 흥행을 기대하던 KBS는 뜻하지 않은 암초로 애를 태우고 있다.

방송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 드라마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영화, 드라마, 음반 등 영상음향 콘텐츠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서비스 무역 세분류 통계(EBOPS)에 따르면 올해 17월 영상음향 콘텐츠 수출은 9700만 달러, 수입은 1억3540만 달러로 3840만 달러 적자를 냈다.

문화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류 위기가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한류 위기 시작됐나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4년 음악 영화 방송 콘텐츠 수출은 1억6281만 달러, 수입은 1억4535만 달러로 1746만 달러 흑자였다. 방송프로그램은 2002년 이후 4년째 흑자를 내고 있다.

매년 방송프로그램 흑자 폭이 커지는 추세로 볼 때 적어도 몇 년은 한류 바람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방송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올해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EBOPS는 한류가 자칫 한류()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EBOPS는 영상음향 외에 운수, 여행, 통신 등 11개 서비스 분야의 무역 동향을 파악하는 데 쓰이는 통계.

한은 측은 올해부터 조사를 시작해 이전 통계와 비교할 수 없지만, 한류 무드가 식어가는 지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지근해지는 한류 열기

일본 니혼TV 홈페이지에는 드라마틱 한류라는 코너가 있다. 니혼TV에서 방영됐거나 방영 예정인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코너로 파리의 연인, 가을동화 등 한국의 인기 드라마 12편의 출연진과 줄거리, 방영 일자 등이 나와 있다.

하지만 올해 이후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단 한 편도 없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내놓은 일본 내 한류 드라마 편성 실태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한국 드라마를 편성한 일본 지상파 방송사는 모두 36곳으로 지난해 2월의 64곳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방송전문가들은 일본 지상파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만재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산업연구팀장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겨울연가 이후 비슷한 스토리의 작품이 양산되면서 일본 내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로에 선 한류

경제 전문가들은 한류 위기에 대해 틀에 박힌 소재와 스토리로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문화 종속을 우려하는 수입국의 규제가 강화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상음향 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국가 이미지 제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큰 만큼 이 분야의 적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홍콩이 아시아 문화 시장에서 주변부로 내려앉은 것처럼 한류도 상품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 등으로 한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진흡 jinhup@donga.com